오이카와 토오루는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 나이대의 남자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틈만 나면 이 곳 저 곳으로 달려가고 넘어지고 탐험하기 일쑤였다. 까르르 소리에 풍덩 빠져 제 무릎이 까진지도 몰랐다가 친구들의 놀란 표정을 보고서야 고개를 숙여 철철 흐르는 피를 발견하는 그런 나이. 하지만 오이카와는 활짝 웃어보이며 괜찮다 말하곤 다른 아이들을 진정시...
"내일 중요하게 할 일이 있던가?" "아뇨, 내일 특별한 일은 없으십니다." "간만이네. 뭔가 해야 한다고 하면 조금 섭섭할 뻔 했어." 쿠로오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옷 매무새를 다듬어 보다가 시선을 슬쩍 돌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도 모른 채 차분히 방 안을 정리하고 있는 앳된 얼굴의 하인. 약 두 달 전 새로 들어온 그의 이름은 아카아시 ...
누구도 제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 중에서도 쿠로오 씨, 당신이 가장 힘들겠지요. 힘들거나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단 한 톨도 상상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딱히 당신에게 어떤 이해를 바라는 일을 포기했습니다만 때때로 울컥하는 마음은 어찌할 길이 없네요.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저에게도 꽤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아카아시는 가끔 꿈을 꾼다. 보통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꿈을 꾸고 일어난 날은 어쩐지 조금 더 피곤했다. 어느 날은 누군가에게 쫓기기도 하고, 이상한 설정에 던져져 한참을 헤메기도 하고, 깨자마자 기억이 사라져 도무지 기억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주 가끔 어떤 대화를 하다가 꿈에 대한 화제로...
느즈막히 일어난 이와이즈미는 천장을 바라보며 몇 번 눈을 꿈뻑였다. 머리가 눌리긴 했지만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인 것은 그의 머리가 짧은 탓이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항상 단번에 알아보며 장난을 치곤 했었다. 한참 티격태격 하다 보면 자는 아이를 깨우는듯한 손길로 뒷머리를 매만지며 얼른 씻고 오라고 말하기를 매일이었다. 찌뿌둥함을 느끼며 기지개를 켜...
* 쿠로아카데이 첫 참여작. 미리 올립니다. 말 못할 사정을 가진 사내 둘은 생활 반경이 달라진 후에도 연락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고등학생 때보다 더 자주 만났는데, 비교적 빠른 취업에 성공한 쿠로오가 아카아시의 자취방이 좀 더 가깝다는 이유로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로 씨, 혹시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저랑 룸메이트 계약을 하셨나요?" "...
온 힘을 다해 매달리고 싶었던 것으로부터 내쳐져버린 열 여덟 살. 아카아시 케이지는 서늘한 얼굴 뒤로 복잡한 심경을 구겨넣는 버릇이 생겼다. 더이상 배구를 하는건 무리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던 의사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가끔 그 말을 들으며 사형수의 심정을 느꼈던 때의 악몽을 꾸며 일어나는데, 식은땀에 젖은 채로 일어나 찬물을 들이켤 때마...
"일어나요." "으응……." "어서요." 아카아시는 베개에 파묻혀 있는 쿠로오를 바라보다가 보기좋게 뻗친 머리칼을 쓸어내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을 잘못 잤는지 몸이 좀 뻐근했지만 힘든 정도는 아니어서 나가 걷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다. 눈을 부비고 기지개를 켜며 욕실에 들어갔다. 칫솔 두 개를 꺼내 치약을 짜는 것으로 주말 아침이 시작된다. 양치질을 ...
누군가가 아카아시의 천성이 본래부터 그러했느냐 묻는다면 쿠로오는 아마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대답할 것이다. 남을 살피고 파악하는데 능해진 것은 순전히 아카아시 혼자만의 의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아카아시는 천천히 변해갔고, 그에 비례해 조금씩 멀어졌다. "나와 한 잔 하다 가지." "또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기회라는 것은 있다 하면...
"갈까." "네." "굳이 소음기 같은건 쓰지 않아도 됐을텐데." "혹시 모르니까요." "난 시원하게 들리는 총소리가 좋아서. 그렇게 쏠 수 있는 때는 드물잖아." 아카아시는 쿠로오를 힐끗 쳐다보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귀만 아플 뿐입니다, 라고 하려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쿠로오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할 때마다 찌그러지는 가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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